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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부터 사랑니때문에 제대로 식사를 못하고 있네요. 배가 고파서 편의점을 들렀는데 군대에서 먹던 짬뽕면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리고 물밀듯이 밀려오는 아련한 짬뽕면의 추억~!
오늘은 자대가서 처음 먹어본 짬뽕면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이용해주세요!
오늘은 자대가서 처음 먹어본 짬뽕면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이용해주세요!
지난 금요일, 자대배치를 받고 처음 맞는 월요일이다. 가츠와 알동기인 박이병은 오전에 계획되어 있는 연대장, 대대장 전입신고를 하기위해 내무실에서 대기 중이었다.
아침에 폭풍구보를 경험한 가츠는 어느때보다 우울하고 앞으로 닥칠 군생활이 두려웠다. 내무실에는 발목깁스 환자인 김일병이 우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미 아침구보에서 낙오한 이야기를 들은 김일병이 다가왔다.
'야 신병~! 아침구보 퍼졌다메? 원래 우리 소대장님이 신병 킬러야~! 너무 기죽지마~! ㅋㅋㅋ'
'이병 가츠! 네~! 기죽지 않겠습니다~!'
'야이 똘아이~! 여기가 무슨 신교대냐? 복명복창하고 지랄이야~! 하지마~!'
'이병 가츠! 네~! 하지 않겠스.....'
김일병은 한동안 이런저런 질문을 하였고, 나는 성실히 대답하였다. 참고로 여기 등장하는 김일병은 지난시간 군기순찰편에서 맹활약한 바로 그사람이다. 나중에는 친구처럼 매우 친해졌지만, 당시 첫인상은 무서웠다. 각잡고 앉아있는 얼어있는 내 앞에서 인상을 팍팍쓰면서 어슬렁거렸다.
'오호~ 요즘은 전투화 무광 주나보네? 오 이쁜데~! 넌 사이즈 얼마냐?
'270 입니다'
'오 나랑 같네? 너 키는 큰데 발은 작구나? 전투화 줘봐봐~!'
그렇게 김일병은 나의 새 전투화를 요리조리 살피며 구경하고 있었다. 문득 내 머릿속에서는 선배들이 해준 이야기가 생각났다. 신병이 새로 지급받은 보급품들을 가지고 자대로 가면 고참들이 자기꺼랑 다 바꾼다는 것이다. 아무리봐도 지금 눈앞에 있는 김일병은 나와 새 전투화를 매우매우 탐내는 것 같다. 젠장~! 이렇게 뺏기는 건가? 요즘 군대에서도 이런일 벌어지는구나~! 어으흐흑흐구ㅜㅜ
갑자기 김일병이 벌떡 일어나더니 자신의 관물대로 간다. 관물대를 뒤적거리더니 손에 빠다코코넛을 한봉지 가지고 돌아왔다.
'출출하지? 이거라도 먹어~!'
이거... 빠다코코넛 하나에 전투화를 상납해야되는건가? 이럴 순 없어~! 신교대에서도 A급이라고 한번도 안 신은 전투화인데...
얼마후, 계원이 오더니 전입신고 시간 다되었으니 준비하란다. 잽싸게 A급 전투화를 신고 박이병과 함께 대대장실로 갔다.
'야~ 김일병 좀 무서운거 같은데?'
'맞제?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인상도 그렇고 말투도 그렇고... 범상치 않아... 니 전투화 노리는 거 같던데? ㅋㅋㅋ'
'ㅅㅂ....'
그렇게 대대장, 연대장님 신고를 마치고 내무실로 돌아오니 무서운(?) 김일병이 우리를 웃으며 맞이해주었다. 곧 작업하러 간 소대원들이 돌아올 시간이 다되었다. 내무실에서 껄렁하게 뒹굴던 김일병은 갑자기 화장실로 가더니 대걸레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열심히 내무실 바닥을 청소하기 시작하였다.
'김일병님~! 제가 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전 대걸레질만 초,중,고,대학교까지 14년을 했습니다. 제게 맡겨주십시오~!'
우린 서로 하겠다고 자처하였지만, 김일병은 신병이 감히 어디서~! 앉아서 편하게 쉬고있으라며 하고는 묵묵히 청소에 열중하였다. 곧, 오전내내 작업하느라 녹초가 된 소대원들이 들이닥쳤다.
'아나 김일병~! 이색히 깁스하나로 겁나 우러먹네~! 고참들은 나가서 X뺑이 까고 있는데! 아 나도 다리하나 뿐지를까? ㅜㅜ'
'이기자~! 고생하셨습니다~!'
김일병은 연신 해맑고 귀여운 표정으로 고참들에게 경례를 하였고, 아주 티나게 대걸레질을 열심히 하는게 아닌가? 음.. 김일병도 나름 귀여운 구석이 있구나~! 갈굼먹을까봐 잔머리 굴리는거봐~! ㅋㅋㅋ
결론은 김일병은 무서운 사람이 아니었다. 훗날 친해져서 당시 전투화 뺏어갈려고 한거 아니냐고 물어보니, 화들짝 놀라면서 자기를 그런 파렴치한으로 생각하고 있었냐면서 구박하였다.
그날 저녁, 분대장님은 김일병에게 신병들 데리고 PX가서 맛난거나 먹고 오라고 하였다. 김일병과 우리들은 부푼 가슴을 안고 PX를 향하였다.
'야 가츠야~! 너 짬뽕면 먹어봤어?'
'이병 가츠! 아직 한번도 못 먹어봤습니다~!'
'에헤라디야~ 이거이거 아직 짬뽕면의 맛을 모르다니..''
PX에 들어오니 별천지였다. 우리대대 PX가 물품창고까지 같이 있어서 연대에서 제일 큰 규모였다. 그러나 대대원 500명이 이용하므로 일과시간 이후에는 항상 북적북적 거린다. 그래서 고참들은 기다리기 귀찮아서 주로 PX가는 후임들을 시키고, 후임들은 고참들 심부름이므로 당당하게 PX를 이용하고 윈윈전략이다.
도착하자마자 김일병은 우리에게 테이블을 잡아 놓으라고 한 뒤, 바구니를 들고 쇼핑하러 갔다. 진열대에서는 온갖 먹음직한 빵과 과자, 라면, 햄, 음료수 등이 나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김일병님~! 빨리 오세요~! 침넣어가요~! 보고만 있어도 너무 좋았다.
곧 김일병은 장바구니에 빵과, 과자, 냉동으로 한가득 담아서 우리에게 왔고, 잽싸게 냉동부터 전자레인지 위에 올려놓았다. 우리 대대 PX에는 총 3대의 전자레인지가 있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신나게 돌리고 있어서 그 위에 순서대로 올려놓는다.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달콤한 빵과 과자를 먹었다. 근데 음료수가 없다. 김일병님이 센스없게 깜빡하였나 보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우리 차례가 되었고, 냉동을 넣고 돌리기 시작하였다. 짬뽕면 2개와 고향만두, 곱창, 닭바베큐, 햄이었다.
'김일병님은 짬뽕면 안드십니까?'
'나는 그냥 냉동만 먹을래, 아까 저녁을 많이 먹었더니 배부르네, 우리 배고픈 신병님들이나 많이 드세요~!
이야~ 이런 착한 김일병님을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니...
나도 참 사람보는 눈이 없나보다... 사 랑 해 요 김 일 병~♥
띵~!
4분 30초가 지났고, 김일병은 잽싸게 짬뽕면을 우리에게 셋팅해주었다. 이게 바로 군인들이 가장 즐겨먹는다는 짬뽕면이다~!
으음~! 스멜 좋고~! 색깔 좋고~!
'잘먹겠습니다~!'
박이병과 나는 허겁지겁 먹기 시작하였다.
오오~! 면이 쫄깃쫄깃~ 입속에서 춤을 추는구나~!
오오~! 향긋한 바다내음이 듬뿍 전해지는 해물~!
정말 너무 맛있었다! 100원짜리 초코파이 하나에 감동을 줄 수 있는 곳이 군대라고 했던가? 지금 나에게 이런 맛있는 짬뽕면을 선사해준 김일병이 너무 고마웠다. 김일병은 우리가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나 먹었을까? 맛있긴 한데... 너무 맵다~!
점점 입속이 마비가 되어오고, 땀이 나기 시작했다. 평소 매운 것을 곧잘 먹는 편인데, 이거 상당히 맵다~! 근데 마실 것이 없다. 옆에세 맛있게 먹고있는 박이병도 슬슬 입질이 오나보다. 얼굴이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연신 쓰읍쓰읍~ 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나랑 눈이 마주쳤다. 순간 우리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
'젠장.. 우리 당했다!'
김일병... 일부러 음료수 안사가지고 온거다~! 아나 ㅋㅋㅋㅋㅋ
이런 우리를 바라보며 김일병은 연신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이야~ 니들 잘먹네~! 한 그릇 더할래?'
'............. 아닙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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