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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당신을 떠나보내야 하는 날이군요. 평소 같으면 연재 중인 군대이야기를 발행할 시간이지만, 차마 글이 손에 잡히지 않는군요. 이미 제 머릿속에는 당신 생각으로 가득차 있으니깐요.
밤 늦게까지 잠이 안와서 당신에 관한 기사와 포스팅을 보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저의 손을 멈추게 하는 기사가 있더군요. '영결식 당일, 운구차 운전기사는 당신과 21년을 함께 보낸 최영씨가 맡는다.' 라는 내용이더군요.
당신이 국회의원이 된 1988년, 국회의원과 운전기사로 만난 사이더군요. 그 후로 당신이 가는 어디든지 그와 함께 하였겠지요. 다음 선거에 잇따른 고배를 마시고 낙선하였을때도, 다시 국회의원로 재선되었을때도,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부임되었을때도 그와 함께였습니다.
그리고 2003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었을때도 함께 즐거워 하였습니다.
당시 대통령은 방탄차을 타야하기 때문에 경호처 소속의 경호원이 운전을 해야된다고 하였을때도, 당신은 '이친구는 그 어떤 경호원보다도 더 확실하게 나를 지켜줄 수 있다!' 라며 며 친히 그에게 직접 운전을 하게끔 하였습니다.
저는 생각해봅니다. 당신의 수많은 정치동료와 지인들보다도 그와 함께한 시간이 더 많을 것 같더군요. 1년 365일 24시간, 당신의 발이 되어 함께 하였을테니깐요. 저는 최영씨가 궁금해서 인터넷을 통해 그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어디에도 그 흔한 사진 한 장 없더군요. 당신과 21년을 함께 생활하였는데 철저하게 자신을 숨기며 살았나 봅니다. 하지만 지금도 당신을 따라 봉화마을에서 살고 있군요. 그만큼 당신에게 있어, 그에게 있어, 얼마나 각별한 사이인지 짐작됩니다.
21년전 만난 젊은 노무현을 대한민국 국회로 모셔다주었고, 대통령이 되었을때도 누구보다 기뻐하면서 당신을 청와대로 모셔다 주었습니다.
이제 그런 그가, 당신과 함께 마지막 여정을 떠났습니다. 수 만번의 운행을 하면서 당신과 그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희노애락을 같이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순간, 당신은 아무 말도 없습니다.
그는 운전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만약 그날, 평소처럼 당신의 두 발이 되어 따라나섰다면 그런 일이 없었을텐데라며 자책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떠나면서 오랜 지기였던 자신에게 아무런 언질도 주지 않았다며 당신을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6년전, 당신을 모시고 청와대를 들어가는 순간을 회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젊은 날, 당신과 함께 누볐던 서울을 향해 차를 몰고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위해서 말입니다. 오늘 이후로는 그를 다시는 못 만날꺼 같습니다.
오늘이 당신과 함께하는 마지막 여정이니깐요.
폭군이 죽으면 그의 통치는 끝나지만,
순교자가 죽으면 그의 통치는 시작한다.
- 쇠렌 키에르케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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