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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2006년 6월 가츠군이 상병도 꺽이고 분대장이 될 무렵의 이야기이다.
어느덧 소대내의 고참은 전역을 한달 앞둔 4명의 좀비님들과 두달고참 한명, 한달고참 2명뿐이다. 지난 1년 6개월간 가라와 샤바샤바로 빵실하게 살아온 가츠군이지만 이제는 더이상의 아부도 필요없는 진정한 권력자요, 통치자가 될 무렵이었다.
리모콘은 언제나 나의 배 위에 정위치 되어있고, 오디오에는 나의 애창곡이 로딩되어 있다. 짬밥이 먹기 싫은 날은 내무실로 냉동이 배달되어 오고 밤에 자다가 출출해지면 행정반 전자레인지가 나를 부른다. 주말에 문득 나들이가 가고 싶으면 외출, 외박을 올리면 된다.
그렇다. 이 시기부터 군생활의 적은 간부 뿐이다. 십수명을 간부를 제외하면 그 어떠한 존재도 중대내에서 나에게 머라고 할 존재는 없는 것이다. 내가 눕는 곳이 침대요, 내가 가는 곳이 길이고, 내가 자는 시간이 취침시간이다.
예비역들에게 있어 일생에 한번 경험하는 절대권력, 절대파워의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물론, 말년이 될수록 이런 절대파워조차도 지겹고, 부질없다는 것을 인식하며 무사히 전역을 꿈꾸는 한낱 소시민이 되지만, 갓 파워를 맛본 이들에겐 별천지가 따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글을 읽는 예비역분들은 상관없지만, 미입대 꿈나무들에게 조언한다.
군대가 아무리 계급사회라고 하지만 단지 계급만 높다고 시간이 지난다고 저런 절대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시간에 군번줄 이야기하면서 잠깐 언급했지만, 가츠군의 2달 고참의 경우는 일,이등병 시절 개폐급 생활을 하면서 말년에도 결국 고참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간부들에게 개갈굼먹고 후임들에게 무시당하며 눈치보면서 쓸쓸히 보내야만 했다.
고로 비록 일, 이등병시절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다고 뺑끼(대충)부리지말고, 적극적으로 임해라. 어차피 엄살 부리고 대충해도 단지 몇분의 편함이 보장될 뿐, 곧 간부, 고참,후임들의 갈굼,무시 등 더 심각한 후유증이 초래된다. 그냥 묵묵이 남들 하는거 하다보면 남들 만큼은 누릴 수 있다.
다시 본론으로 가서, 이제 막 절대 권력을 맛본 가츠군은 하루하루가 즐거운 나날이었다. 괜시리 슬리퍼에 깔깔이만 입고 담배를 입에 물고 중대 밖을 뛰어다녀보고, 타 소대를 마치 내 집처럼 돌아다니고, 간부연구실에서 소대장님 노트북의 촉감을 만져보았다. 대대사열대에 올라가서 멍 때려도보고 PX도 아무때나 가보았다.
'우하하하하! 아무도 뭐라고 안해! 여긴 내 세상이다아~~~!'
이거 총들고 위병소 밖으로 탈영해도 왠지 아무도 머라 안할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사실 총 메고 혼자 위병소 밖으로 나가도 아무런 제지가 없을 것이다. 위병소 아저씨들한테는 그냥 외곽근무 순찰나간다고 둘러대면 되니깐. 이건 중대를 벗어나서 대대에서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군대는 군대다. 맨날 즐거울 수 없는 곳. 항상 시련이 다가오는 곳. 가츠는 그 곳에서 살아 가는 존재로서 시련은 숙명이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아 참고로 분대장이 되면, 지긋지긋한 불침번 근무와 얼어죽을듯한 새벽에 나가는 외곽근무를 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우리 대대의 외곽근무는 지랄맞아서, 대대탄약고와 연대탄약고 두 곳을 나간다. 대탄의 경우는 우리 중대 바로 옆에 위치하여서 특히 3소대에서는 문만 열만 바로 대탄초소가 있다.
하지만 연탄의 경우 3대대에 위치하고 있다. 근데 가츠는 2대대이다. 3대대가 신교대라서 소수의 조교병력들만 있기 때문에 연탄 근무인원이 없는 것이다. 1대대는 너무 멀어서 아예 투입자체가 불가능하고 결국 2대대가 연탄을 투입한다. 순수히 걸어서 가는 시간만 20분이 걸리는데, 한겨울 새벽에 투입한다고 가정해보자.
불침번은 근무투입자를 대략 50분전에 깨운다. 10분간 옷입고 행정반으로 가서 다시 무적의 방한용품 및 총기를 챙겨서 당직사관에게 보고한다. 그리고 다시 대대지통실로가서 당직사령에게 탄을 인계받고 위병소를 거쳐 3대대로 출발한다. 이시간이 대략 50분이 소요된다. 그리고 1시간 30분 근무를 서고 다시 복귀한다.
대략 야밤에 연탄 근무가 있는 날은 대략 4시간을 못자는거다. 안그래도 항상 잠이 부족한 일,이등병에게 연탄근무는 정말 최악이 아닐 수가 없다. 내 기억에 일,이등병시절 불침번,외곽근무가 없는 날은 정말 일주일에 한번 정도였던거 같다. 그나마 불침번이면 너무너무 감사해서 눈물을 흘릴 정도였다.
하지만 분대장이 되면 오직 대대부관,중대당직근무만 서면 된다. 또한 이건 다음날 근무취침이 보장된다. 이 얼마나 기쁜가? 예를 들어 다음날 사격이나, 산악행군이 잡혀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날 당직근무를 서면 다음날 이야기는 딴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주말 근무의 경우는 기피대상 1호이다. 주말엔 어차피 노는 날인데 일하기 때문이다.
이런듯 우리 밥안되는 분대장 가츠군, 금요일 저녁 당직을 서고 있었다. 하지만 사관은 가츠랑 죽이 잘맞는 소대장님! (참고로 이무렵 소대장님은 나의 2번째 소대장님이며, 나랑 군생활 시기가 비슷하며, 경상도 사나이로서, 암튼 쿵짝이 잘맞는 베프임, 전설의 폭풍구보 소대장님은 전역했음) 새벽에 먹을 냉동과 라면 준비완료, 소대장님 노트북엔 최신영화가 저장되어있고, 이미 당직근무의 최대 난코스인 핸디캡화이트(비상통신훈련-자세한내용은 생략)도 최단시간으로 깔끔하게 통과해논 상태이다.
아 핸디캡화이트 훈련이야기가 나오니깐 생각난건데. 가츠다운 발상으로 최단시간을 달성을 했다.
원래 사단 지통실에서 사단당직사령이 각 연대휘하에 대대휘하에 중대 행정반를 랜점으로 몇군데 선별해서 상황전파를 보낸다. 고로 수십개의 중대 중에 몇군데를 골라서 훈련하는데 그날 중대 훈련성과가 다음날 사단장 아침회의때 보고된다.
자세한 훈련과정을 살펴보면 사단당직사령이 TV를 보다가 곧 지루해지자. 당직병에게
"야 심심한데 핸디캡이나 한번걸자! 오늘은 어느중대를 조져볼까나~! 저번에 맘에 안드는 중대장놈 있던 곳이 몇중대였드라? 으음 77 5중대, 78 3중대, 79 12중대 상황 걸어라!"
이에 당직병은 77연대 지통실, 78연대 지통실, 79연대 지통실에 상황을 전파한다. 이에 연대지통실에서는 다시 대대지통실로 재전파하고 대대지통실은 다시 중대 행정반으로 상황을 전파해준다. 하지만 여기서 센스있는 연대지통실 당직병이라면 대대지통실은 나중에 따로 전파하고 일단 중대 행정반으로 먼저 전파를 해줘야 한다.
중대 행정반에서 전화를 받으면 핸디캡화이트 훈련이라며 상황전파를 해준다.
그럼 그내용을 토씨하나 틀리지말고 적던지, 기억한다음에 사단지통실로 직접 재보고해야된다.
이 경우 중대행정반에서는 대대교환소나, 연대교환소로 전화를 걸어 사단 지통실로 연결해달라고 한다.
사단지통실 연결이 되면 아까 들은 내용을 고대로 알려주면된다.
아마 처음 사단지통실에서 전파한 시간으로부터 3분이내에 보고를 해야지 합격이다.
그러나 잔머리 대마왕 가츠군은 교환대를 통하면 연결이 느리고 군선이다보니 음질도 좋지않아서 상대방이 잘 듣지 못한다. 이에 분명히 시간안에 연결했는데 상대방이 못알아들어서 실패한 사례가 종종있었다. 실패하는 순간 다음날 아침보고시간에 77연대 5중대 핸디캡화이트훈련 실패라고 상황판에 뜨고 연대장은 대대장을 대대장은 중대장을 갈구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갈굼의 마지막 대상인 당직병은 그날 잠은 다잔것이다. 깔끔하게 종일 군장돌고 재수없으면 그날밤 다시 당직근무에 재투입된다!
가츠군은 고참들의 전처를 밟을 수 없다는 각오아래 가츠군은 필살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사실 중대행정반이나, 사단 지통실이나 군선외에도 민선이 연결되어있다. 주로에서 KT에서 지원하는 콜렉트콜이 비치되어있다. 그래야지 민원이나, 중대원 가족들이 급할때 중대로 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선이므로 음질은 당연히 최상급이다. 또한 간혹 어리버리한 교환대 아저씨들을 피할 수 있다. 예로 교환대에 갓 투입한 이등병아저씨가 있다고 생각해봐라. 사단지통실로 연결해달라고 했는데 의무중대로 연결해줄 수도 있다. 정말 고맙게 바로 입원하라는 배려일지도.
가츠군이 두번째로 당직서던 날 대망의 핸디캡화이트 상황이 걸렸다. 가츠는 내용을 받아적으며 한손으로는 콜렉트콜을 집어들고 카드번호를 누르고 있었다. 끊자마자 바로 사단 지통실 민선으로 전화를 걸었다. 또한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민선의 경우는 어느부대나 잽싸게 받는다. 대개 사단지통실쯤 되면 군선의 경우는 일반 중대나 대대처럼 총알처럼 받을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지들이 가장 상급부대에 속하기 때문에 급할 것이 없지아니한가? 세월아 네월아 가면서 느긋하게 받는다.
하지만 민선은 다르다. 제 아무리 사단지통실이라도 민선은 누구한테서 걸려오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퇴근한 사단장이 집에서 걸 수도 있는 것이고, 결국 누군지 모르기때문에 일단 잽싸게 받고 보는 것이다. 또한 지통실 민선의 경우는 대개 간부들이 직접받는다.
아니나다를까? 한번의 통화음 후 사단 당직사령의 굵직한 목소리가 들린다.
'이기자 감사합니다! 사단당직사령 소령 000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이기자! 77연대 5중대 당직병 상병 가츠입니다. 핸디캡화이트훈련 전파하겠습니다 솰랴솰랴~~~'
3-4초간의 정적. 당직사령도 순간 당황했나보다. 머지 이 특이한 색히는.
'야 어디라고? 왜 이걸로 전화했어?'
'77연대 5중대입니다. 저희 군선 상태가 불량하여 부득이하게 민선으로 신속하게 상황전파하였습니다.'
'아 그럼 군선을 정비해야될꺼 아냐~! 이거 안되겠구만! 으음 암튼 너거 중대는 49초네'
'이기자! 감사합니다 계속 근무하겠습니다'
아 ㅋㅋㅋ 49초! 2분 49초도 아니고 1분 49초도 아니고 49초! 신기록달성이다!
물론 다음날 대대 통신병들이 연병장에서 통신줄을 감고는 어디로 출발하는 거 같아보였지만 나랑 상관없는 일이다! 결국 군선교체작업후 음질도 좋아졌으니 좋게좋게 생각하자!
그날 소대장님과 하이파이브를 한 후 바로 피자를 시켰다. 간부연구실에서 피자를 먹고 있는데 귀신같이 냄새를 맡고 인사계원이 기어나왔다. 군대에는 먹을 복은 타고난것이다. 알아서 챙겨먹어야된다. 계원과 같이 먹고 있는데 계원이 대뜸 소대장한테 질문한다.
'소대장님 3소대에 분교대 갈 인원 없습니까?'
커헉~! 피자가 목구멍을 메어온다. 분교대! 분대장교육대!
신교대보다 더 가기싫은 분교대. 신교대때야 머 뭣도 모르고 가서 죽어랴 훈련받으면 되지만, 분교대는 말그대로 분대장을 교육시키는 곳아닌가?
중대에서 절대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분대장이 다시 신병들처럼 분교대에 입소해서 자기보다 밥안되는데 조교들에게 지시를 받으며, 각종 제식과 훈련을 받아야된다. 진짜 막말로 못해먹을 짓이다. 또한 우리대대는 분교대 성적에 매우매우 민감하여 상위 10%에 들지 못하면 복귀와 동시에 군장을 돈다. 또한 파견 전부터 대대 자체내에서 연등을 하면서 자체 시험을 보는데 거기서 떨어지면 파견도 못가고 중대로 복귀해서 개갈굼 먹는다. 이건 해도 본전이 아니고 잘해야 본전인거다.
피자를 한입 베어물던 소대장님이 나를 지긋이 바라보면 말한다.
'우리 가츠~! 분교대가야지~ 음캬캬캬~!'
'아 가츠상병님 아직 분대장 입소안했구나, 그럼 3소대는 가츠상병님 올리겠습니다.'
'야야야 하지마 하지마! 너 왜그래 피자 잘먹다가~ 닥치고 피자나 먹어~ 일 좀 그만해 하지마아~!!'
'아 근데 이번에는 일반이 아니고 기능(사실 명칭이 안난다. 특수병과만 가는 기수)인데 말입니다.'
오호호호 뭣시라. 일반이 아니다 이거지!!! 가츠는 잔머리는 다시 잽싸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일반의 경우 전투병위주로 구성된 교육생들이 2주간에 걸쳐 치열하게 교육받는다. 하지만 기능반 경우에는 특수병과위주로 구성되어 기간도 1주교육으로 대체로 널널한 편이다. 하지만 소총중대의 경우 거의 계원들 말고는 가지 못한다.
'야 그럼 가츠 못가겠네. 이것들 니들 계원들 가기싫어서 안올렸구만!'
'헤헤 계원들 이번에 바빠서 못갑니다! ㅋㅋ 근데 이거 대충 올려도 확인 안할텔데 말입니다.'
나는 결심했다. 어차피 한번은 가야되는데 일반으로 가서 개고생할바에 기간도 짧은 기능으로 가자고!
'소대장님! 저 가겠습니다. 꼭 가고싶습니다. 보내주십시오!'
'야 가츠, 이색히 또 그새 머리 굴렀네, 널널한데 가서 놀려고 그러지? ㅋㅋ 안되 임마!'
'아닙니다. 이번에 가야지 시기적으로 딱 맞는거 같습니다. 또한 한창때인 지금 가서 꼭 사단 1등을 하고 오겠습니다!'
'호호호 1등이라... 못하면? 정 그러면 계원아 가츠 올려라 보내주자 ㅋㅋㅋ'
그렇게 가츠는 분교대 입소를 하게되었다.
사실 이번시간에 분교대에 관한 포스팅을 할려고 했는데 초반 이야기 너무 길어져서 그만, 파란만장한 분교대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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