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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늦잠만 자던 가츠군은 요즘 포스팅을 위해 새벽에 일어난답니다. 낮이나 저녁에는 도무지 집중이 안되서 포스팅을 못하겠더라고요. 현재시간 새벽 5시, 베란다에서 모닝담배를 태우고 있는데 온 천지가 안개로 덮혀있네요. 저희 집 앞이 강이라서 유독 심한거 같습니다. 고로 오늘 날씨가 화창하겠군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이번편에는 군대에서 훈련때마다 하는 사열에 관한 에피소드입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이번편에는 군대에서 훈련때마다 하는 사열에 관한 에피소드입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때는 바야흐로 05년 5월, 가츠군이 이등병일때다. 벌써 지난 글에서 자주 이야기했듯이 당시 대대장님은 진급을 이미 2차례 고배를 마시고, 마지막 기회가 남은 전군에서 가장 피해야 할 지휘관이셨다.
당시 대대원들은 살아움직이는 병기에 불과하였다. 물론, 간부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우리 대대의 주적은 북한군이 아니라 대대장이었다. 지난 몇차례 훈련을 통해 정말 우리는 생존의 위험을 느꼈다. 언제부터인가 훈련때 나오는 식사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안그래도 훈련중에는 활동량이 100프로 발휘되기때문엔 항상 배가 고픈데 말이다. 사연이즉슨, 훈련때마다 짬이 나온다고 대대장이 취사반장에게 아예 첨부터 조그만 준비해서 보내라고 하였다고 한다.
아니, 자신을 위해 온 몸을 바치며 뛰어다니는 부하들에게 그게 할 소리인가? 짬이 나오면 요리가 맛이 없어서 그런거니 각별히 신경써서 조리하라고 지시해도 모자랄 판에, 아예 줄이란다! 그렇게 우리는 지난 훈련간 육체적 고통은 두말할 것없이 배고픔과의 치열한 싸움을 벌여왔다.
특히, 지난 2주간의 진지공사에서 나는 정말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고 나약한 존재라는 절실히 느꼈다. 진지공사 기간 중 주말에는 병사들의 종교권 보장을 위해 숙영지에서 2시간 가량을 걸어서 대대OP에 위치한 막사에서 종교행사를 한다고 하였다.
'야 3소대 종교행사 갈 사람? 근데 여기서 2시간 정도 걸어서 가야된다! 갈 사람 보고해라!'
텐트에서 배고픔을 달래며 울고 있는 가츠는 번쩍 스치는 생각!
'종교행사가면 초코파이랑 음료수 주겠지? 저요! 저 갑니다요! 기어서라도 갈꺼예요!
그렇게 절실한 종교인들과 나랑 같은 생각을 가진 인간들과 함께 숙영지를 떠나서 대대OP쪽으로 걸어갔다. 가츠의 부대는 27사단이다. 중부전선의 수호자이다! 고로 주둔지는 강원도 화천에 위치하지만 작계지역은 경기도 가평이다. 지금은 진지공사중이니 가평쪽에서 텐트치고 지내면서 있는것이다.
때는 5월, 가평에는 수많은 펜션과 휴양객으로 넘쳐났다. 옆의 계곡에서는 가족단위의 휴양객들이 삼겹살을 구워먹고, 소주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병 가츠는 정면만 바라보고 걷고 있었지만, 코로 들어오는 삼겹살의 유혹은 정말 나로 하여금 너무 힘들게 하였다.
'어흐흐흑ㅎㄱ! 나도 집에 가면 사랑받는 아들인데! 나도 삼겹살 먹을수 있는데! 완전 사랑하는데!'
그렇게 2시간동안 꾹 참으며 도착한 대대OP, 그 곳에는 주둔지에서 파견나오신 목사님이 계셨다. 그리고 예배를 받으면서 초코파이 주기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예배가 끝나고 목사님은 수고하라며 휭 가셨다. 뭥미! 알고봤더니 저녁에 숙영지에서 중대병력들에게 다 준다는 것이다. 으아아아아악!!!
그렇게 다시 2시간을 걸어 복귀했다. 결국 4시간동안 걷고, 4시간동안 음식냄새와의 싸움만 벌인 셈이다. 나 장담컨대 그 때가 내가 군인이라는게 제일 서럽고 비참했다.
그렇게 배고픔과의 전쟁에서 돌아온 주둔지, 중대간부들은 이런 우리가 측은해보여서 이례적으로 소포를 허용하였다. 사실 소포는 고참들의 전유물이었다. 일,이등병시절에는 진짜 필요한 안경 이런 것을 제외하고는 감히 분대장에게 소포받는다고 보고를 못했다. 실상 고참들도 잘 안온다. 부모님,지인들에게 부담끼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상병 넘어가면 여자친구도 거의 다 떠나갔기 때문에 보내주는 사람도 없다!
그렇게 간부의 허락이 떨어졌고, 분대장들도 분대원들을 모아놓고 이번에 한해서 특별히 소포를 받을 수 있니 부담없이 받고싶은 사람들은 연락해서 필요한 것들을 받으라고 하였다. 배고픔에 굶주린 중대원들은 신나서 너도나도 집에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 가츠! 어흐흫흐그흑! 나 굶어죽는 줄 알았어! 엄마 아들 장남 가츠가 군대에서 굶어죽을뻔했다고! 흑흑흑! 이번에 일시적으로 소포 보낼수 있데! 나 먹을거 왕창 보내주세요! 다 먹을 수 있음! 사랑해요!'
그렇게 극한의 허기짐을 경험한 중대원들은 평소 먹고싶었던 먹거리들을 다 주문하였다. 대개 우리처럼 말단 소총중대는 사단을 거쳐, 연대를 거쳐, 다시 대대로 우편물이 배달되어 온다. 물론 사제 택배회사를 통하면 다음날 위병소로 택배차량이 오고 위병소에서는 받는 사람에게 부른다. 하지만 위병소 앞에서 택배를 받는건 정말 몰상식한 짓이다. 무차별 갈굼이 예상되므로 다들 우체국택배를 이용한다.
우리 대대의 우편물은 대개 매주 금요일에 연대에서 내려온다. 그리고 우리 중대원들이 소포를 보내달라고 연락한 그 주의 금요일, 대대CP 앞에는 자그마치 80여개의 소포박스가 위엄한 장관을 이루며 쌓여있었다. 때마침 연대에 올라갔다가 돌아온 201차량, 소포박스를 요리조리 피하며 CP에 도착했다. 그리고 대대장의 불같은 호령!
'야 이것들아! 여기서 군대야? 우체국이야? 다 어디서 나온거야? 5중대라고? 5중대 사열준비시켜!'
소포사열! 내가 유격훈련준비사열, 진지공사준비사열, 혹한기사열등 별의별 사열은 다해봤지만 소포사열이라니! 그렇게 우리 5중대는 자신의 소포를 자기 앞에 놓고는 연병장에서 대대장님의 사열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개 사열을 하면 중대장의 보고와 함께 대대장이 대열을 지나간다. 이때 지나치는 병사들은 세상에서 가장 우렁찬 목소리 관등성명을 실시하고 행여 대대장님 특정 물품을 가리치며 힘차게 물품명을 외쳐야한다.
'보고!'
'보고!'
'이기자! 제 5중대 86명 소포사열 준비 끝!'
그렇게 중대장님의 보고로 2대대 역사에 남을만한 소포사열이 시작되었다. 이윽고 우리를 향해 걸어오시는 대대장님. 여기저기서 관등성명이 터져나온다.
'상병 김OO! 자갈치입니다!'
'병장 안OO! 쥐포입니다!'
'일병 최OO! 훈제연어입니다!'
'이병 가츠으! 프링글스입니다!'
지금 포스팅하면서 당시를 회상하면서 정말 한 편의 코메디가 따로없었다. 물론 당시에는 정말 두려웠지만 말이다. 이윽고 한바퀴 둘러본 대대장은 다시 사열대로 올라가서는 훈시를 시작하셨다.
'이것들아~! 집에다가 먹을 것을 보내달라고 하면 부모님들이 얼마나 걱정하시겠냐! 요즘 군대는 밥도 안주고 훈련시키냐고 어~! 이것들! 그리고 사제음식 먹다가 탈이라도 나면 어떡할려고 그래!'
아나! 사실 밥 안주고 훈련 시켜잖아요! 요즘 군대에서 말이야! 쳇!
'보니깐 다 PX에서도 파는 물건들이구만! 쯧쯧! 아무튼 한번더 그러면 대대장한테 혼난다! 이번에는 기왕 온 거니깐 어쩔수 없고, 상하는 음식은 바로 먹고, 나머지 음식들도 탈 안나게 바로 먹을수 있도록! 이상!'
아나! PX통제한 사람이 누군데! 쳇! 여튼 그렇게 소포사열이 끝나고 우리는 소포를 먹을 수 있다는 행복한 마음에 신나게 내무실로 자신의 소포를 들고 들어갔다. 이야 자신의 관물대에 하나씩 올려진 소포박스! 보고만 있어도 듬직하다. 총보다 소포! 그말이 제일 잘 어울리는군.
그러나 우리에게는 인자한 척 훈시를 마친 대대장은 중대장의 손을 잡고 CP로 들어가셨다. 1시간동안 겁나게 털리고 오신 우리 중대장님 지못미! ㅋㅋㅋ
그리고는 우리에게 돌아와서는 주말까지 다 먹어치우라고 하셨다!
이틀간 우린 미친듯이 먹고, 먹고, 또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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