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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츠의 군대이야기, 화장실

가츠의 군대이야기 2009. 8. 17.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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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츠의 옛날이야기 전편모음


오늘은 이등병때 있었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때는 바야흐로 05년 3월, 가츠이병은 자대로 전입 온 지 2주가 지났다. 아직은 모든게 낯설고 미숙할 때이다. 항상 고참들이 옆에서 하나하나 처음부터 가르쳐 준다.

20여년동안 아무 생각없이 사용한 화장실도 군대에서는 생소하다. 요즘에야 많이 개선되어서 그런 일이 없겠지만, 불과 몇 년전에만 하더라도 우리 부대에서는 일, 이등병들이 세면대를 사용할 수 없었다. 그냥 바닥에 설치되어 있는 수도꼭지에 쭈그려 앉아서 씻어야 했다.

이유는 묻지 마시길, 나도 모른다. 아무 생각없이 세면대에서 세수하고 있으면 어느새 다크템플러처럼 다가온 고참들의 칼날을 맞게 된다.

스윽~! 으악~!


우리 분대 고참인 김일병은 기독교 군종병이었다. 일전에 폭풍구보편에서도 소개되었지만, 그는 한없이 착하고 사랑스런 고참이다. 가끔 나의 무개념에 주님도 막지 못하는 악마로 돌변하기는 하지만, 그는 정말 천사였다.

김일병은 주말과 수요일 저녁마다 군종행사를 위해 교회를 갔었다. 이등병인 나는 그가 군종행사를 가는 날이 너무 좋았다. 고참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는 군종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면 항상 이등병인 나를 위해 먹을 것을 챙겨 가지고 왔다. 마치 통닭을 사가지고 오는 아버지를 기다리는 아이의 심정이랄까?

"이기자 수고하셨습니다!"

"수고는 무슨~ 별 일 없었지?"

헐~! 별 일 있으면 먹을 거 안주실려고요? 나는 군종행사를 마치고 돌아온 김일병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김일병은 이내 환복을 하면서 주머니에 있는 과자를 꺼내서 나에게 던져 주었다.

"가츠야 이거 먹어~!"



나는 마치 한 마리의 강아지가 되어 잽싸게 김일병이 던져주는 과자를 잡았다. 오오~! 이것은 바로 자유시간~! 비록 이등병인 나에게는 별로 공감되지 않는 과자지만, 맛은 최고다!

문제는 김일병이 많이 가져와서 골고루 나눠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 혼자 먹기가 참 부담스러웠다. 반대편 침상에서 하이에나 같은 고참들의 눈빛이 느껴진다. 게다가 이등병이 내무실에서 혼자 과자를 먹고 있으면 왠지 다크템플러의 칼날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그냥 관물대에 고이 올려 놓았다.

"내일 먹어야지~!"

그날밤 점호를 마치고 매트리스 위에 누웠다. 군대에서는 오후 5시 30분에 저녁을 먹는다. 그리고 취침시간은 밤 10시, 그러나 한창 혈기왕성한 군인들은 얼마나 배가 고프겠는가? 특히 나처럼 사회 있을 때, 매일같이 야식을 챙겨 먹는 사람이라면 정말 배고픔과의 전쟁이다. 침낭을 덮고 누워 있는 나의 머릿속은 온통 자유시간 생각으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닭다리를 뜯으면서 맥주를 마시고 있다. 캬햐~! 바로 이맛이야~! 퍽~! 닭다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불침번 상황판이 눈에 들어왔다.

"가츠~ 악몽이라도 꾸는거야? 왜케 소리질러!"

"이병 가츠! 죄송합니다!"

아나~! 악몽이라니~! 지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꿈을 꾸고 있었는데, 깨워버렸다. 정말 니가 밉다~! 나는 다시 잠을 잘려고 눈을 감았는데, 꿈 속에서의 닭다리가 아른거린다. 극도로 허기진 뱃속은 좀처럼 다시 나를 잠의 세계로 인도하지 못하게 한다. 문득 관물대 위에 고이 올려진 초코바가 취침등에 비쳐서 반짝반짝 거린다.

"먹고싶다!"

나는 불침번의 동태를 살피며 몰래 일어나서 초코바를 바지주머니에 넣었다. 행여 소리가 날까봐 연신 조심스러웠다. 그리고는 배가 아픈 척, 아랫배를 만지며 일어났다.

"이상병님~ 화장실 좀 다녀와도 되겠습니까?"

"너어~ 화장실에서 이상한 짓하면 죽인다!"

"........"

지금은 배가 고파서 이상한 짓 할 힘도 없다. 나는 이상병의 허락을 받고, 화장실로 투입하였다. 야심한 새벽, 화장실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잽싸게 가장 깊숙한 사로에 들어가서 문을 걸어 잠궜다. 그리고는 바지 주머니에서 초코바를 꺼냈다. 하앍~! 블링블링한 초코바~! 나는 떨리는 손으로 초코바의 포장을 뜯었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한입을 베어 물었다. 초코바에서 육즙이 나오는거 같았다. 머지? 이 달콤한 맛은? 나는 감탄을 하며 연신 힘차게 초코바를 씹기 시작하였다. 나의 턱은 광속의 스피드로 연신 초코바를 씹고 있었다. 반쯤 먹었을 무렵, 화장실 입구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아뿔사~! 외곽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정상병과 박이병이었다. 박이병은 나와 같은 훈련소를 나온 전입동기였다. 그들은 소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 온 것이다. 정상병은 잠겨져 있는 5사로의 문을 노크하였다. 똑똑~♪

"이병 가츠!"

"뉴규?"

"이이벼어엉 가아아츠으으!"

"가츠~ 이거 수상한데?"

"아닙니다아!"

그렇게 그들은 소변기 앞에서 소변을 누기 시작하였다. 아직 나처럼 모르는거 투성인 박이병에게 정상병은 친절하게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나가면서 마지막으로 박이병에게 한마디 던졌다.

"아 그리고 화장실에서 먹을 거 몰래 먹지마!"

"내무실에서 먹어도 됩니까?"

"당연하지! 거지도 아니고 요즘에 누가 화장실에 몰래 먹어!"




그들의 대화를 듣던 나는 손에 들려 있는 초코바를 물끄러미 바라 보았다. 그러나 곧, 개의치 않고 다시 광속의 스피드로 열심히 먹기 시작하였다. 우걱우걱~♪

"거지라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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