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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츠의 군대이야기, 짜파게티

가츠의 군대이야기 2009. 9. 1.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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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츠의 옛날이야기 전편모음


오늘은 병장때 있었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때는 바야흐로 06년 9월, 다음주로 예정된 전술훈련을 준비하느라 부대는 매우 분주하였다. 특히, 이번 훈련간에는 통제관들이 일,이등병들에게 집중적으로질문을 한다는 첩보가 입수가 되어, 내무실마다 자유시간에 관련 정보를 공부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행여 지적사항이라도 나오면 중대장, 소대장에 이어 분대장인 나까지도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나는 분대원들에게 항상 철저하게 준비하라고 지시하였다.

"2분대! 놀지 말고 공부해! 지적사항 나오면 파묻어버릴거야!"




사회에서라면 강압적으로 공부하라고 하면, 오히려 더 하기 싫고 반항심이 들 것이다. 그러나 군대에서는 정말 열심히 한다. 나가서 힘들게 작업하거나 훈련뛰는 거 보다는 내무실에 앉아서 책보는 것이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일,이등병들은 숙련된 상병들의 설명을 들으며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다. 나는 잡지를 보며 뒹굴거리고 있는데, 프로복서 출신의 맞후임, 송병장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가츠병장님~!"

"왜?"

"이번 훈련때 일,이등병한테만 물어보겠지 말입니다?"

"통제관 마음이지!"

"아아 진짜 미치겠네! 죽어도 안 외어지는데 말입니다!"

음... 아주 가끔은 죽어도 안되는 녀석들도 있다. 얼마나 지났을까? 저녁식사 시간이 되었다. 분대 막내인 김이병이 나에게 쪼르르 달려 오더니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가츠병장님~! 식사 하시겠습니까?"

"메뉴가 무엇인고?"

"콩나물국, 콩나물밥, 콩나물무침, 김치, 꽁치조림입니다!"

"오 리얼?"

"네 그렇습니다!"

"키가 쑥쑥 자라겠구나! 다녀오너라!"

바야흐로 콩나물 시즌이 돌아왔다. 사실, 요즘에는 군에서 먹는 음식의 질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듣보잡 도시락 업체보다는 훨씬 좋다. 그래도 땡기지 않는 메뉴가 나올 때는 취사장까지 가서 밥 먹는 거 자체가 귀찮다.

나의 몸뚱아리는 내 것이 아니다. 나라을 지키기 위한 전투병력이다. 고로 나의 건강이 전투력이다. 결식을 하여 건강이 나빠지면,그 또한 전투력 하강의 요인이기 때문에 군인들은 무조건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여야만 한다. 하지만 나는 분대장이다. 간부의 눈만 피한다면, 누구도 나에게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

그날따라 다른 분대장들은 왠일로 죄다 식사를 하러 내려갔다. 내무실에 혼자 남은 나는 무엇을 먹을까? 고민에 빠졌다. 심병장이나 박병장이라도 있으면 같이 PX라도 갈텐데. 다들 키가 커고 싶은가 보다.




나는 관물대를 뒤적거리기 시작하였다. 오징어 짬뽕, 너구리, 스파게티, 짜파게티가 나왔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짜파게티를 먹기로 결정하였다.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

나는 조심스레 짜파게티 봉지를 뜯기 시작하였다. 행여 삑사리나면 바로 좌절한다. 사회에서처럼 냄비에 담아서 끓여 먹는 게아니다. 내무실에는 가스렌지와 냄비따윈 없으니깐 말이다. 고로 봉지에다가 뜨거운 물을 넣고는 면을 익혀야 된다. 만약 잘못 뜯어서 봉지에 심각한 타격이 입는다면, 물을 담을 수 없다. 정말 슬퍼지는 것이다.

봉지를 성공리에 뜯고는 올리브조미유와 분말스프, 야채스프를 꺼내었다. 야츠스프를 면에 고루 뿌려주고는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받았다. 이때도 위기가 한번 더 찾아온다. 완벽하다고 생각한 라면봉지에 구멍이 나 있으면 끝장이다. 다행히 이상이 없었다.




나는 물을 넣어 두툼해진 짜파게티 봉지를 들고 내무실로 돌아왔다. 평소 같으면 중대 공원이나 막사 뒷편에서 몰래 숨어 먹겠지만, 오늘은 간부들이 훈련준비 때문에 지휘통제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며, 면이 익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 끓어서 먹을 때는 금방 되지만, 뜨거운 물에 익혀서 먹을때는 대략 5분이상을 넉넉하게 기다려줘야 된다.

5분후, 나는 짜파게티 봉지를 들고는 물을 조심스레 버렸다. 이때 귀중한 건더기 스프가 같이 나올 수도 있으니 조심 또 조심하여야 한다.

"완벽해~!"





면은 먹음직스럽게 익었고, 건더기 스프도 흘리지 않았다. 나는 잽싸게 올리브조미유와 분말스프를 면위에 뿌렸다. 그리고 맛있게 비벼 먹으면 된다.

달콤한 짜파게티의 냄새가 내무실 곳곳으로 퍼지기 시작하였다. 나는 세상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TV를 보면서 짜파게티 맛을 음미하고 있었다.

"쩝쩝~! 내가 한 거지만, 너무 맛있다~!"

반정도 먹고 있었는데, 출입문 쪽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분대원들이 식사를 마치고 올라오는 줄 알았다. 나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먹는데 집중하였다. 문이 열리더니, 사람들이 들어왔다. 근데 어째 분위기가 이상하다. 나는 짜파게티를 한입 물며 출입문을 바라 보았다.

내 눈을 부인하고 싶었다. 나의 시야에 보이는 한 무리의 군인들, 대대장을 비롯한 중대장들이 들어 오고 있었다. 그들의 전투모에 있는 계급장들이 연신 형광등에 비쳐 나를 눈부시게 하였다. 나는 먹던 짜파게티를 다시 봉지에 뱉으며 총알처럼 일어났다.

"이기자! 제 3소대 개인정비 중!"

"하하~! 요즘에는 짜파게티먹는게 개인정비인가보네"

"벼어엉자아앙 가아아츠으으! 아닙니다아!"

"가츠야 창문 좀 열어라~! 아이고야 냄새가 진동하는구만~!"

대대장은 나를 보며 웃으며 지나갔다. 그러나 대대장 뒤를 따르던 우리 중대장, 나는 그의 눈빛을 보고야 말았다. 어떻게 나를 죽이면 잘 죽였다는 소리를 들을까? 을 고민하고 있는 그의 눈빛을 말이다.




간부들이 나가고, 나는 정신이 나간 채로 침상에 주저 앉았다. 곧이어 분대원들이 복귀하였다. 이미 분위기 파악을 한 그들은 조용히 내 옆에서 공부를 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먹던 짜파게티를 마저 먹고, 담배를 피러 나갔다. 오늘따라 담배가 쓰다. 재가 타들어 갈 때마다 나의 수명도 타들어가는 거 같았다. 곧이어 행정반 계원이 나에게로 달려왔다.

"가츠병장님! A4 앞 뒤로 빽빽하게 진술서 작성하셔서 제출하시랍니다!"

".........."

차라리 갈군던가, 군장을 돌라고 하지! 이건 뭐 분대장 체면에 쪽팔리게 진술서라니 아니 말이 좋아 진술서지~! 반성문이나 다름이 없었다. 쓸 말도 없는데 말이다. 짜파게티 먹은 걸로 A4용지 앞뒤로 어떻게 빡빡하게 채운단 말인가?  짜파게티 조리법이라도 적어야 되는건가 아니 유래부터 시작해야 되나?

그날밤, 공부하고 있는 분대원들 옆에서 나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필기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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