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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츠의 군대이야기, 아트로핀

가츠의 군대이야기 2009. 9. 14.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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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츠의 군대이야기 다시보기]
[가츠의 옛날이야기 다시보기]


오늘은 이등병때 있었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때는 바야흐로 05년 6월, 예전에 작성하였던 중대창고편을 기억하실지 모르겠다. 당시 중대장의 지시로 수십년동안 짱박아두기만 한  중대창고의 물건을 모두 연병장으로 빼내야 하였다. 연병장에 수북히 쌓인 물품들, 가히 상상을 초월하였다. 이제 그것을 정리하여야 된다.

중대원들은 연일, 보급병의 지시에 따라 물품을 차곡차곡 정리하기 여념이 없었다. 당시 이등병이었던 나는 고참들의 눈치를 보며 누구보다도 빨리 총알처럼 움직였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점은 막내가 아니었다. 프로복서 출신의 송이병을 비롯 윤이병까지 나름 소대에 후임이 4명이나 있었다.


각종 장비를 창고에 넣고 나오는데, 멀리서 조상병이 엄청 무거워 보이는 상자를 들고 낑낑거리며 오고 있었다. 나는 냉큼 뛰어가서 해맑게 말하였다.

"조상병님 주십시오! 제가 넣고 나오겠습니다!"

"오호 역시 가츠가 센스가 있어! 군생활을 할 줄 알어!"

나는 조상병이 들고 가던 상자을 냉큼 받았다. 보기에도 묵직해 보이는 상자, 몸에 힘을 바짝 주고 상자를 들었는데, 왠걸~! 솜털처럼 가볍다. 조상병, 그는 진정한 배우였다!

창고를 들락날락하기를 수십번,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보급병은 상자나 포대에 들어있는 모든 물품을 다 꺼내서 품목별로 정리하고 수량파악을 하고 있었다. 1950년대 제조된 미군 수통부터 최신형 방독면까지 정말 근대 군역사박물관이 따로 없었다.

나의 시야에 포착 된 윤이병, 연병장에서 앉아서 폐급 전투복을 사이즈별로 정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러고보니 저녀석 창고 까는 날, 근무로 나가서 제꼈다. 뒤끝있는 나는 조용히 윤이병 곁으로 다가갔다.

"야 깐돌이! 널널하지?"

"이이벼어엉 윤OO! 아닙니다아!"

"이색히 이거! 지난 밤, 고참들 개고생했는데 혼자 근무나가서 놀다오고 말이야!"

"........."

그렇게 귀여운 윤이병을 붙잡고 오순도순 작업을 하였다. 아침부터 시작 된 작업은 점심을 먹고 해가 질 때까지 계속 되었다. 이미 온 몸은 땀과 먼지로 끈적끈적하였고, 먼지를 너무 마셔서 그런지 머리가 띵하였다. 목은 말할 것이 없이 따가웠다. 계속 하다가는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고참들도 묵묵히 하고 있는데, 감히 이등병이 농땡이 피울 수 없는 노릇이다. 연신 힘차게 짐을 옮기고 있었다. 어느 정도 요령이 생겨서 무거워 보이면서 가벼운 짐들을 파악할 수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짐을 보니, 옷가지등으로 가득하였다. 딱 봐도 부피는 크고 가벼워 보였다. 나는 냉큼 뛰어가서 집을려고 하였는데, 어느새 바람과 같이 나타난 윤이병! 냉큼 내가 찜한 짐을 한아름 안아서 들었다.

"아악~!"

윤이병은 신음을 내더니 짐을 떨어뜨렸다. 나는 놀라서 윤이병의 상태를 확인하였다. 윤이병의 손등에 커다란 주사기가 꽂혀 있었다. 윤이병은 이내 고통을 참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듯 주사기를 빼내고는 바닥에 떨어뜨렸다. 도대체 이녀석 무엇을 맞은 걸까? 나는 땅에 떨어진 주사기를 확인하였다.




"이..이것은 아트로핀~!"

우리들은 적들의 화생방 공격을 대비하여 방독면과 보호의를 가지고 있다. 미처 시간내에 방독면을 착용하지 못하였을 경우, 적의 신경가스 공격에 노출된다. 그에 대비한 치료제가 해독제 키드 일명 KMARK-1이다. 구성은 위의 사진과 같이 1번 아트로핀 주사기와 2번 옥심주사기가 있다.

사용법은 적의 신경가스 공격에 노출시 신속하게 1번 아트로핀 주사기를 엉덩이나 허벅지등 살이 많은 부위에 힘껏 내리친다. 충격에 의해 주사바늘이 튀어나와 약물을 투여한다. 그러나 1번 아트로핀은 치료제가 아니고, 증상 억제제이다. 쉽게 설명하면 몰핀이랑 비슷한 역할이라고 하면 되겠다. 고통을 완하시켜주는데, 맞게 되면. 정신이 몽롱해진다.

1996년 작품인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더 록을 보면 관련 장면이 나온다. 감옥에서 신경가스를 담긴 미사일을 발사할려고 하는 찰나, 니콜형이 정의의 사도처럼 나타나서 신경가스구슬을 해제한다. 그리고 적과의 격투를 하는 중 적의 입 속에 구슬 한 알을 집어 넣는다.






신경가스에 노출 된 니콜형은 잽싸게 아트로핀을 꺼내서 자신의 심장을 때려 박는다. 그렇지만 영화는 영화로만 끝나야 된다. 아트로핀은 혈약 주사가 아니고 근육 주사이기 때문에 심장에 때려박는 짓은 자살행위이다. 꼭 살이 많은 엉덩이나 허벅지를 애용하여야 된다.

그리고 아트로핀은 치료제가 아니다. 2번 옥심 주사기를 재차 같은 방식으로 투여한다. 투여된 옥심 물질은 신체내의 신경가스를 해독하는 역할을 도와준다.

내가 화생방 시간에 배웠을 때는, 총 3회까지 투여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 이상 투여할 시에는 꼭 군의관의 처방이 있어야만 한다고 하였다. 아트로핀의 중독성으로 인해 위험하다는 속설도 있고, 과다투여로 인해 심하면 사망까지 이를 수도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유효기간 대개 5년에서 10년안밖이었다.

그러나 내 손에 들려있는 아트로핀 주사기에는 1988년에 제조되었다고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손등에 제대로 투여한 윤이병은 아무렇지도 않은지 다시 작업에 임하고 있었다.

"야 깐돌아! 괜찮아?"

"괜찮습니다! 심일병님!"

"야! 나 가츠야 임마!"




그녀석의 얼굴을 보니 전혀 괜찮은 얼굴이 아니었다. 눈은 풀려서 헤롱헤롱 거리고 있었고, 그의 손등은 벌겋게 퉁퉁 부어 올랐다. 나는 재빨리 박병장에게 데려갔고, 박병장은 그의 손을 꼭 잡고 의무중대로 뛰어갔다. 나는 윤이병의 뒷모습을 걱정스레 바라 보고 있었다.

"깐돌아 꼭 무사히 돌아와야된다! 너 오늘 야간 근무있잖아! 나 비번이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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