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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츠의 군대이야기, 군가

가츠의 군대이야기 2010. 1. 21.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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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츠의 군대이야기 다시보기]
[가츠의 옛날이야기 다시보기]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언제나 신은 공평하다. 우리들에게 빛나는 장점을 주었다면, 그에 준하는 단점도 어김없이 주었다. 나 또한, 신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낱 인간에 불과하다. 나에게 우월한 기럭지를 선사한 신은, 그에 준하는 돋보이는 머리 크기도 덤으로 주었다. 화려한 말빨도 나에게 주었다. 하지만 부정확한 발음도 어김없이 챙겨 주는 신, 너무나 평등해서 존경을 마지 않을 수 없다.


              출처 : [공군블로그 마하 2.5, 신종플루 물럿거라... 조인성과 함께 공군 군악대가 간다]

하지만 모두가 평등한 것만은 아니다. 가끔은 신에 영역에 도전하는 인간도 있다. 우리는 그들은 흔히 스타라고 칭한다. 나쁘게 말하자면 외계인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분명히 그들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단점이 있을 거라 확신한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불공평하니깐 말이다.

가끔은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은 사람도 있다. 정말 슬프지 않은가? 나 또한 무수히 많은 단점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오늘의 주제이다. 누구보다도 음악을 사랑하는 나는 누구보다도 심한 음치에 박치이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가사를 못 외운다. 수십번을 들어도 도무지 가사와 음이 기억나지 않는다. 항상 하일라이트 부분만 부르는 남자, 그게 바로 나다.

"처음 시작할 때 어떻게 부르지?"

항상 지인들에게 물어보는 질문이다. 이런 내가 군대를 가고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군가를 외우는 시간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군가는 고도의 음처리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냥 고래고래 악만 지르면 어느정도 전우들 목소리에 묻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외울 군가의 갯수이다.

국군의 기상, 조국이 있다, 여기에 섰다, 사나이 한목숨, 용사의 다짐, 구보가, 독사가, 전우야 잘있거라, 진군가, 진짜 사나이, 멸공의 횃불, 행군의 아침, 휘날리는 태극기, 전우, 겨례여 영원하라, 멋진 사나이, 사랑하는 전우야, 아리랑 겨례, 푸른 소나무, 팔도 사나이, 최후의 5분, 창공에 산다, 전선을 간다, 보병의 노래 등, 바로 떠오르는 제목만 이 정도이다. 게다가 분대장이 좋아하는 노래까지 덤으로 외운다면 실로 어마어마하다.

"잘 들어 가츠야! 한번만 부른다!"




늘 이런 식이다. 군악대의 연주따윈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가사만이라도 확실하게 외울 수 있으면 족하였다. 그러나 나는 쉽사리 외울 수가 없었다. 그저 전우들이 부를 때, 고래고래 악만 쓰며 부르는 척만 하였다. 그나마 매일 같이 부르다보니, 전우들이 부르면 어느 정도는 따라 부를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당시 우리 소대는 막내인 나를 포함하여 총 5명의 이등병이 있었다. 2달 선임인 황이병, 1달 선임인 심이병과 김이병, 그리고 동기인 2명의 박이병이 말이다. 근데, 2달 선임 황이병은 입실로 인해 후송을 가버렸고, 한달 선임들은 백일휴가를 떠났다.

"뭉쳐야 산다!"

고로 동기들 밖에 남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 삼총사는 고참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으며 하루를 일년같이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어김없이 시작되는 아침점호, 점호를 마치고는 모두 상의를 탈의하고는 알통구보를 실시하였다. 주로 군인들이 군가를 가장 많이 부르는 순은 구보 > 행군 > 식사 이동 때이다.

특히, 구보는 위병소를 떠남과 동시에 시작하여 돌아올 때까지 단 1초도 쉬지 않고 부른다. 가뜩이나 그냥 뛰어도 호흡하기 힘든데, 죽어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니 정말 병맛이었다. 그렇다고 이등병이 안 부른다는 게 상상이나 할 일인가? 물론 병장들은 안 부른다. 그들은 뛰는 거 차제가 고역인 사람들이다.

상병들은 나직히 저 만의 발라드 풍으로 감미롭게 부른다, 고로 95%이상이 음향은 일, 이등병의 목에서 나온다. 또한, 소대마다 마치 군기 경쟁이라도 하듯이 크게 부르기 때문에 여간 눈치보이는 게 아니다. 그렇게 시작된 아침구보, 인솔자인 분대장의 구령에 맞춰 신나게 달리기 시작하였다.

"3소대 뛰어!"

"악!"

"가!"


              출처 : [국방부블로그 동고동락, 군인과 겨울이야기]

30여명의 소대원들은 한 몸이 되어 발을 맞추며 아침 공기를 가로지르며 뛰어간다. 이윽고 시작되는 군가 퍼레이드, 언제나 시작은 구보가와 독사가이다.

"3소대 군가하자 군가! 독사가! 하나 둘 셋 넷!"

"검푸른 복장 삼킬 듯 사나워도
나는야 언제나 독사같은 사나이
막걸리 생각날 때 흙탕물 마시고
사랑이 그리울 때 일만이만 헤아린다.

사나이 한목숨 창공에다 벗을 삼고
멋지게 살다가 깡다구로 죽으리라.
아 창공은 나의 고향
창공은 낙원이란다!"

매일 아침, 영외도로는 혈기 왕성한 청년들이 목 터져라 불러 제끼는 군가소리로 지축을 뒤흔든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주위에 인가가 없다는 것이다. 아니 우리들에게는 불행이었다. 인가라도 있었다면, 민원 때문에 큰 목소리로 부르지도, 추운 날 알통으로 뛰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말이다.

반환점을 돌고, 돌아가는 길이다. 고래고래 악을 써서인지 무척 힘들었다. 인솔자는 배려 차원인지, 군기를 확인할려는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계급별로 군가를 시키기 시작하였다.

"병장만 군가한다! 군가! 사랑하는 전우야! 하나 둘 셋 넷!"

"머라꼬 씨부리쌌노!"

"쩝! 상병만 군가한다! 군가! 겨례여 영원하라! 하나 둘 셋 넷!"

"중얼중얼!"

"아나 이것들! 일병만 전방에 힘찬 함성 5초간 발사!"

"아아아아아아아아악!"

여기까지는 무난하였다. 순서를 보아하니, 곧 이등병 차례가 될 듯 하였다. 제발 쉬운 군가가 나오기를 기도하며 인솔자의 목소리만 귀 기울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까지 매우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좋아! 이등병만 군가한다! 군가! 최후의 5분!

""..............""

중요한 사실이란, 나의 사랑하는 동기들이 모두 경계근무를 나갔다는 사실이다. 각각 야간 연대탄약고 말번과 초번근무자라서 교대를 해야 되기 때문에 없었다. 고로 이등병은 나 뿐이었다. 그들이 있었다면, 어찌어찌 따라 부를 수 있었을텐데, 스타트를 끊어 주는 전우가 없는 것이다. 몇 초의 정적이 흘렀고, 소대원들은 모두 나만 바라 보았다.




신기롭다는 병장들의 눈빛, 한심하다는 상병들의 눈빛, 초조해하는 일병들의 눈빛이 고스란히 나에게 집중되었다. 마치 덱스터마냥 나를 어떻게 요리할까 고민하는 듯 하였다. 방금 전까지만해도 뛰는 거 자체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힘든 게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게 우리 소대는 적막감이 흐른 채, 주둔지로 복귀하였다. 그리고 나는 어김없이 막사 뒷 편으로 호출되었다.

그 날, 나는 최후의 5분을 완벽하게 마스터하였다. 훗날, 치매가 걸려도 이 노래 만큼은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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