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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보기
오늘은 일병때 파견나가서 있었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때는 바야흐로 05년 10월, 우리 중대는 탄약고로 경계지원 파견을 가게 되었다. 당시 그곳은 79연대가 전담으로 경계지원을 하였지만, 연대전술평가로 인해 경계병력이 철수하게 되었다. 그래서 대체병력으로 우리 중대가 선정되었다. 정말 행복하였다.
이미 지난 경계파견 시리즈를 보았다면, 타부대로 경계지원가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다들 알 것이다. 하루 정해진 근무만 나가면, 일절 터치없이 자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다만 그곳은 워낙 지켜야할 초소가 많았기에 하루에 8, 9시간씩 근무를 나가야 했다. 그래도 좋았다. 주둔지에서 작업하고 뛰어다닐바에는 가만히 서있는 초소근무가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또한, 주둔지에서는 부식도 가끔 나오지만, 그 곳은 매일 사제컵라면과 빵이 부식으로 나왔다. 또한 근무시간을 제외하고는 TV도 마음대로 볼 수 있고, 잠도 잘 수 있다. 물론 일, 이등병들은 눈치가 보여서 그렇게 못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고참들이 편해서 즐거워하니 분위기가 좋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였다.
당시 우리 중대장님은 동원훈련 받으러 온 예비군도 무장공비처럼 안면위장 시킨 무적의 특전사 출신의 호랑이 중대장이었다. 정말 당시에는 눈만 마주쳐도 오금이 저릴정도로 강력한 포스와 카리스마를 가진 군인 중에 군인이었다. 그와 함께한 우리 중대는 연대 선봉중대가 되었고, 그와 함께뛴 훈련마다 우리 중대는 혁혁한 공을 세워 사단장, 아니 대항군 사단장님마저도 감탄하게 하였다.
처음 일주일동안은 우리도 낯선 곳이고 익숙치 않아서 나름 군기잡힌 상태로 생활하였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자 우리는 모든 적응을 마쳤고, 하나 둘씩 군기가 흐트려지기 시작했다. 몸이 편하기 시작하면 마음도 편해지고, 정신상태도 흐트려진다. 간부님들도 1년내내 고생만 한 우리들이 측은하였는지, 별다른 터치 없이 계속 생활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오후, 나와 이상병은 1초소로 근무를 나갔다. 1초소는 막사에서 가장 가까운 초소로서, 그곳에서는 연병장과 우리가 생활하는 막사가 한눈에 보인다. 이상병은 연신 즐거워 하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가츠야~! 진짜 여기 완전 천국이지 않나?'
'일병 가츠~! 네! 완전 좋습니다~!'
'밥도 맛있고, 부식도 잘나오고 여기가 정말 파라다이스다~!'
그렇게 이상병과 오순도순 정겹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나 그시각 중대에서는 죽음의 그림자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평소 축구를 좋아하시는 중대장님께서는 한동안 바빠서 축구를 못해서 몸이 근질근질하셨나보다. 이에 저녁먹기전에 시간도 남고하니 간만에 축구나 한게임하자며, 축구하고 싶은 애들은 연병장으로 나오라고 하시고는 통신병과 함께 연병장에서 몸을 풀고 계셨다.
'어~! 이상병님~! 축구하는거 같은데 말입니다~!'
'호오~! 귀찮은데 잘됐네~! 근무서는게 장땡이야~! ㅋㅋ'
'근데 중대장님이랑 박일병밖에 없는데 말입니다~!'
'뭐~ 환복하고 준비하고 있나보지~!'
5분후...
10분후...
20분후...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분명히 맑고 푸르른 하늘이었는데, 어디선가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오는 거 같았다. 중대장님은 박일병과 볼을 차는 것을 중지하고, 박일병을 손짓하여 부르더니 무언가를 지시하는거 같았다. 중대장님의 말을 들은 박일병은 갑자기 중대로 쏜살같이 뛰어갔다.
'이상병님~! 분위기 심창치 않은데 말입니다~!'
'그러게... 중대장님 화나신거 같지?'
중대장님은 연병장 한가운데서 우두커니 서서 담배를 태우시기 시작하였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막사 입구가 소란스럽다.
커헉~!! ㄷㄷㄷ
마치 전쟁이라도 난거처럼 중대원들은 완전군장차림으로 뛰쳐나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중대장님 앞에 나란히 도열하였다. 그리고 터지는 중대장님의 사자후~! 분대장들부터 하나하나 호명하기 시작하였다.
'야 김OO~!'
'병장 김OO~!'
'대가리 박어~!'
호명되는 분대장들마다 원산폭격이 실시되었다.
'이상병님~! 분대장들 다 대가리박고 있는데 말입니다~!'
'아나 바보들~! 관등성명을 크게 대야지~! 지금 병장 가오잡을때가 아니잖아!'
중대장님은 원산폭격중인 분대장들을 다시 하나하나 불렀다.
'야 김OO~!'
'벼어엉자아앙~! 김OO~! 네에엣~!'
'너이 XXX들~! 중대장이 축구하자는데 한색히도 안 티어나와? 군대 좋아졌다? 어? 편하지?'
그렇게 얼차려가 시작되었다. 문제는 나의 경계방향은 중대원들이 기합받고 있는 방향이라는거다. 그쪽을 바라보고 있자니, 고참들의 매서운 눈빛이 나에게 다이렉트로 박히고 있다. 그렇다고 딴방향을 바라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거 차라리 같이 기합받는게 나을 것 같았다. 다른방향으로 경계하고 있는 이상병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난 정말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고참들을 바라보고 있었고, 고참들은 부러운 표정으로 나를 직시하고 있었다. 이따가 나 죽는거아냐? 내가 무슨 죄야? 아 미치겠다 정말~! ㅋㅋㅋ
30분.. 1시간.. 2시간이 흘렀다. 이미 근무교대시간은 한참 지났고, 당연히 후번 근무자는 투입되지 않는다. 죄다 연병장에서 기합받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1초소인 나와 이상병을 제외한 나머지 근무자들은 이상황을 모른다. 그러던 와중에 무전기에서 들리는 교신이 울린다.
'상황실 상황실 등장바람~! 후번 근무자 언제 오는가? 배고프다고 알리는구나~!'
8초소에 있는 최병장은 평소처럼 장난스럽게 무전을 날렸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장난칠 상황이 아니었다. 무전을 들은 중대장님은 통신병의 무전기를 낚아채고는 말하였다.
'너 이 XXX 누구야?'
'병장 최OO~! 죄송합니다~!'
'누가 그따위로 무전하래~! 이것들 근무도 개판이구만~!'
곧 마무리 될듯한 분위기였는데 최병장의 무전으로 인해 2라운드로 돌입하였다. 아나 큰일났다~! 얼차려 받던 고참들은 한눈에 보이는 근무자, 즉 나를 죽일듯한 기세로 째려보기 시작하였다. 어흑흑흐그.. 제가 한게 아니잖아요~! 왜 절 째려봐요~! ㅜㅜ
다시 30분을 더 구르고 나서야 얼차려는 끝이 났고, 중대장님은 막사로 들어가셨다. 80여명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는 나는 정말 심장이 멎어버릴꺼만 같았다. 곧 후번근무자들이 투입되었고, 초소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야 가츠야~! 표정관리 확실히 해라~! 까딱하다간 우리 아작날지도 몰라~!'
'넵~! 제 마음은 이미 갈기갈기 찢어졌어요 ㅜㅜ'
그날밤, 대대적인 정신교육이 있었고, 다음날 아침 우리들은 어느때보다 군기찬 모습으로 재무장되었다. 그리고 그날 오후, 다시 내무실로 전파가 왔다.
'중대장님께서 축구하고 싶은 사람들 연병장으로 집합하랍니다~!'
'우와아아아아 축구집합이다~!!'
'축구 완전 좋아~! 내가 군대스리가의 호날두다~!'
'전 여자보다도 축구가 더 좋습니다~!'
'야야~! 난 지금 당장 전역시켜준다고해도 축구하고 집에 갈꺼다~!'
그렇게 중대원 전원은 활동복으로 환복하고 총알같이 연병장으로 달려나갔다.
연병장에는 중대장님께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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