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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츠의 군대이야기, 혹한기훈련 6편

가츠의 군대이야기 2009. 12. 30.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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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츠의 군대이야기 다시보기]
[가츠의 옛날이야기 다시보기]0

지난 시간에 이어서 계속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전병력 신속하게 차량에 탑승하라!"

성공적인 공격임무를 완수하고 산을 내려온 우리들은 중대장의 지시에 따라 영문도 모른채 대기하고 있는 군용트럭에 몸을 실었다. 그래도 일단, 걷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다들 안도하였다. 야간공격을 하며 꼬박 14시간을 걷고 뛰었기에 너무 피곤하였다.




"어디로 가는지 아십니까?"

"글쎄? 나도 모르겠다!"

"이거 원 불안해서 잠도 안오는데 말입니다!"

"육공에서 자게 되있나?"

분대장에게 물어보았지만, 그도 모르고 있었다. 신나게 달리는 차량, 매서운 바람이 우리를 향해 파고들었지만, 이내 하나둘씩 잠이 들기 시작하였다. 원래 안전상의 이유로 차량에서 자면 안되지만, 간밤에 한 숨도 자지 못한 채라 어쩔 수 없었다. 부소대장도 잠이 들었고, 분대장들도 잠이 들었다. 나도 옆 전우와 어깨동무를 한 채 스르르 눈을 감았다.

얼마나 잤을까? 드디어 차량이 정지하였다. 눈을 뜨고 주위를 살펴보니 완전 낯선 곳이었다. 수십여대의 군용트럭만 엣지있게 주차되어 있었다. 그리고 하차명령이 이어졌다.

"전병력 하차!"




"여...여기는!"

7사단 유격장이었다. 공격과 방어가 전환되는 시점이었기에 차량을 타고 한참을 전방으로 올라 온 것이다. 우리 부대는 예비사단이다. 전쟁이 발발하면 최전방 철책부대는 한 큐에 사라진다. 그 자리에 우리 부대가 신속하게 투입되어 메꾼다. 물론 우리 부대도 미군이 투입되기까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말이다.

어찌되었건, 오늘밤 숙영지는 7사단 유격장이었다. 이틀전에 비하면 정말 천국이었다. 텐트를 칠 수 있는 공간이 평평한 평지였고, 식사추진차량도 바로 코앞까지 배달해주기 때문이다. 중대별로 잽싸게 숙영지 편성이 시작되었다.

"완전 평평한데 말입니다!"

"오늘은 허리 쭉 펴고 잘 수 있겠군!"

그렇게 저녁을 먹고, 간만에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래봤자 영하 20도의 날씨였지만 말이다. 아마 이번 훈련에서 마지막으로 텐트에서 자는 밤일 것이다. 내일부터 방어를 하게되면 모레까지 산 속에서 뜬 눈으로 지새야한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복귀행군, 토요일 새벽이나 되어서야 주둔지에서 달콤한 잠을 잘 수 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아침, 이제 훈련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기상과 동시에 텐트를 철수하고, 완전군장을 꾸렸다. 챙겨갈 수 있는 방한용품은 죄다 군장에 때려박았다. 아무리 무거워도 좋다. 내일까지 살아남을려면 최대한 챙겨가야 한다. 곧, 부소대장이 핫패드를 나눠주었다.

"밤에 추워지면 사용할 수 있도록!"

없는 거 보다는 낫지만, 핫패드 한 두개가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우리는 무거운 군장을 메고 방어지역으로 올라갔다.




"분대장은 분대원들 호마다 배치하고 연락수단 점검할 수 있도록!"

우리 소대는 최후방어선을 지키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1소대는 최전방이었고, 2소대는 대대OP였다. 그나마 그들에 비해 후방이라 다행이었다. 아니 어쩌면 독이 될 수도 있겠다. 적이 오지 않는다면, 움직일 일이 없을 것이다. 가만히 호안에 있는 것도 고문일 것이다.

나는 최대한 소대장과 분대장의 시야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호가 있었기 때문에 적당한 위치를 고르기만 하면 되었다. 여기서 핵심 포인트는 소대장과 분대장이 귀찮아서 오지 않을만한 곳이어야 된다. 그래야지 마음놓고 쉴 수 있고, 흡연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기가 좋겠군!"

"가츠상병님 저긴 절벽이지 말입니다!"

"괜찮아! 아무도 안 올거야!"

"그치만 다시는 못 돌아올 거 같습니다!"

하긴 내가 선택한 곳은 꽤나 위험해보였다. 절벽 바로 앞에 있는 호였는데, 그 곳까지 가는 길이 없었다. 온통 눈과 얼음으로 뒤덮혀 있었기에, 비상 시에 본대와 합류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그래도 일단 가기만 하면 내일까지 편하게 있을 수 있기에 걱정하는 후임을 데리고 기어코 올라갔다.




"이 곳에서 뼈를 묻으리라!"

"전 살고 싶습니다!"

"닥치고 판초우의나 꺼내!"

엉금엉금 기어서 겨우 절벽에 위치한 호에 도착하였다. 도착하자마자, 야삽으로 쌓인 눈을 퍼내고는 호를 정비하기 시작하였다. 일단 기대고 있을 등과 앉을 자리에 판초우의를 깔았다. 분명히 체온이 닿으면 땅이 녹아서 진흙탕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판초우의를 깔고는 군장을 내려놓고 군장위에 앉았다. 그리고 내복부터 시작해서 야상, 스키파카를 죄다 꺼내입고는 모포를 덮었다.

아직은 해가 떨어지지 않아서인지 그런대로 버틸만 하였다.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며 한숨 잘려는 찰나, 멀리서 분대장이 나를 불렀다. 작전 전달을 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제서야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그들이 힘들어서 오지 않는다면 내가 가야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날 밤, 나는 위험한 절벽길을 수십번 오르락 내리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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