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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츠의 군대이야기, 택배

가츠의 군대이야기 2010. 4. 23.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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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츠의 군대이야기 다시보기]
[가츠의 옛날이야기 다시보기]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가츠님 집에 계십니까? 곧 방문하겠습니다!"

평소 시계로 활용하는 나의 휴대폰, 반가운 이름이 뜬다. 얼마전부터 아예 택배 아저씨 휴대폰 번호를 저장해놓았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이미 나에게는 매우 친한 지인과도 같은 존재이다. 행여 다른 아저씨가 방문하면 무슨 일이 계셨나 걱정이 되곤 하였다. 그렇다고 절대 내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게 아니다.




"보고싶어요! 빨리오세요!"

방문 전화를 받고나면, 괜시리 기분이 즐거워진다. 마음은 괜시리 초조해지고 베란다를 기웃거리며 아저씨의 멋진 트럭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린다. 멀리서 보이는 그의 트럭은 수억을 호가하는 외제차보다도 멋있게만 느껴진다. 누군가를 이렇게 기다리는 기분, 그것도 남자를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마치 첫사랑을 하는 듯한 설레임에 두근거리는 심장을 주체할 수 없었다.

잠시후, 초인종이 울리면 괜히 기다리지 않은 거처럼 뜸을 들인다. 그리고는 시크한 표정으로 아저씨를 맞이한다. 그러나 언제나 살갑게 인사를 건네주시는 택배 아저씨, 그는 이미 모든것을 통달한 고수였다. 그와의 밀고 당기기는 항상 나의 패배로 끝난다. 결국 마지막에는 항상 아저씨에게 속마음을 다 들키고 만다.




"너무너무 보고싶었다구요!"

이렇듯 택배는 어느새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 가끔 뉴스를 보면 택배기사를 사칭한 강도, 택배업체의 불친절 서비스 등, 안 좋은 소식을 많이 접한다. 하지만 나는 운이 좋았던걸까? 아직까지 항상 친절한 아저씨들만 만나왔다. 그렇기에 항상 좋은 기억만 머릿속에 남아있다.

"꼭 그렇지만은 않구나!"

때는 바야흐로 2005년 4월, 지금으로부터 꼭 5년전의 이야기이다. 당시 강원도 화천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었던 나는 군생활의 꽃인 이등병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시력이 나빴던 나는 평소에 안경을 꼭 착용하고 생활하여야만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전투체육을 하다가 착용하고 있던 안경이 그만 부서져버렸다. 군인에게 있어 자신의 몸은 자기 것만이 아니었다. 나는 국가의 전투병력으로 항상 전투에 임할 수 있는 상태여야만 하였다. 그렇기에 잘 보이지 않는 나는 군인의 필수인 사격부터 시작하여 모든 작업에 있어 불편할 수 밖에 없었다.

"이기자!"

"왜그래? 나야 나!"




"아...아무것도 안보여요! 때리지 마세요!"

당최 보이지 않으니, 멀리서 누가 걸어오기만 하면 다짜고짜 경례부터 하였다. 때로는 동기였는데 말이다. 분대장에게 바로 보고를 하고, 집에 전화를 하여 안경을 새로 보내달라고 하였다. 원래 입대할 때, 안경을 하나 더 챙겨가지고 갔는데, 경황이 없어서 아버지 차에 놔두고 내렸다. 그땐 내 정신이 아니었다.

그리고 며칠후, 아침부터 내무실 분위기가 살벌하였다. 아니 부대 전체가 살벌하였다. 대대장은 어디서 깨지고 왔는지 오전 상황보고 때부터 중대장들을 닥달하였다. 무슨 나비효과도 아니고, 부대장의 지휘봉짓 한번에 부대는 초토화가 되었다. 전운이 감도는 내무실, 말년병장들도 잔뜩 긴장한 채 몸을 추스리고 있었다. 그순간, 말년 인사계원이 내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가츠 이 개념없는색히! 여기가 무슨 홈쇼핑이야! 어따 대고 택배질이야!"

급한 마음에 어머니께서는 안경을 택배로 부쳐주셨다. 원래 군대에서는 우체국을 통한 편지, 소포만이 가능한 곳이다. 택배 업무의 특성상, 항상 받는 사람에게 직접 건네주어야 하기 때문에 서로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일단 택배아저씨는 보안상의 이유로 위병소를 통과하지 못한다.

고로 내가 직접 나가서 받아야 되는 것이다. 이등병인 나 혼자 갈 수도 없기에 인솔자까지 같이 나가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결정적으로 택배가 오는 시간이 일과시간일 수도 있기 때문에 야외교육이나 훈련을 나가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분대장과 함께 위병소로 나가니, 그날따라 더욱 빛나는 택배차량이 나를 반겨주었다. 나를 확인하자마자 아저씨는 내 손에 택배상자를 쥐어주고는 바쁜지 쏜살같이 위병소를 떠났다.

그날따라 가벼운 택배상자가 왜 이리 무겁게만 느껴지는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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