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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츠의 군대이야기, 체육대회 下편

가츠의 군대이야기 2009. 10. 6.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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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츠의 군대이야기 다시보기]
[가츠의 옛날이야기 다시보기]


지난 시간에 이어서 계속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지난 편을 안 읽은 분은 먼저 체육대회 上편부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믿었던 중대장의 어이없는 패배로 인해 첫판을 내주고야 말았다. 누구보다도 아쉬운 중대장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다음판이 남아 있었다. 3판 2승제이기때문에 아직 기회가 있는 셈이다. 고개숙인 중대장은 연병장을 향해 괴성을 내지르며 다음판 승리를 다짐하였다.

"5중대 아자 아자 파이팅!"




우리들도 파이팅을 하며 설욕전을 기대하였다. 오히려 첫판의 패배가 자극이 될 수도 있다. 내리 2판을 이겨주면 된다. 마치 각본없는 드라마처럼 말이다. 이번에는 첫판의 패인이었던 수비를 더욱 보강하여 지공을 펼치기로 하였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중대장을 중심으로 좌우로 양날개를 펼쳤다.

"오오 저건 전설의 학익진이야!

"그...그치만 저희는 육군이지 말입니다!"

".........."

우리팀은 적을 포위하듯이 중대장을 중심으로 넓게 양날개를 펼치며 전진하였다. 우리의 포스의 눌린 것일까? 7중대는 주춤하더니 공격방향을 쉽사리 정하지 못하였다. 점점 좁혀지는 양팀간의 거리,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순간, 상대방은 전원 우리 중대장을 향해 돌격하였다. 연병장은 뽀얀 먼지를 날리며 수십명의 기합소리와 목터져라 응원하는 우리들로 인해 떠나갈 것만 같았다. 치열전 접전이 한창인 가운데 나의 시야에 보이는 한 명의 병사, 첫판에서 우리 중대장을 나락으로 밀어버린 블랙점퍼였다.

"야 저 녀석은 왜 자꾸 우리 중대장 노려!"

"저 녀석을 보니 문득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구?"

"라이터를 켜라의 유오성!"

"주유소 습격사건이겠지! 그나저나 진짜 중대장만 노리네! 독한놈!"




"야 너 왜 나만 공격해! 나랑 원수졌어?"

"전 한 놈만 노립니다! 그게 중대장이든 대대장이든 상관없지 말입니다! 하앍!"

실제 전쟁이든 게임이든 저런 무대포 같은 녀석이 제일 무섭다. 집요하게 우리 중대장을 괴롭힌 블랙점퍼는 기어이 중대장을 깔아뭉개버렸다. 첫판과 다를바가 없었다. 게다가 같은 녀석에게 당하였다. 반대편 7중대 응원석은 연신 신나서 환호하고 있었고, 우리는 쥐죽은듯이 조용하였다.

우리 중대의 자존심은 땅에 떨어졌고, 확인사살로 블랙점퍼가 저 멀리 뻥 차버렸다. 우리 중대 역사에 이렇게 싱겁게 완패해버린 경우가 또 있을까? 문득, 전역한 선임들 보기가 부끄러워졌다. 곧 중대장의 말이 된 녀석들이 힘없이 돌아왔다. 누구보다도 아쉬운 그들이었다.




"중대장... 무겁기만하고 완전 허당이지 말입니다!"

우리들은 승리한 다른 중대를 게임을 보며 박탈감을 느끼고 있었다. 중대장은 차마 우리의 얼굴을 보기 민망한 지 멀찌감치 떨어져서 담배를 하나 물고 있다. 그의 모습을 보니 측은하기도 하였고, 안되보였다. 슬픈 건 우리도 매한가지다. 나도 담배를 꺼내물고는 아쉬움을 달래고 있었다.

"다음 게임은 모냐?"

"줄달리기입니다!"

"그거 중대원 전부 다하는 거 아냐?"

"네 그렇습니다!"

다음 종목은 줄달리기였다. 전 중대원들이 다나와서 펼치는 진정한 힘의 향연이다. 줄달리기는 단순히 힘으로 당기는 종목이 아니다. 100여명이 혼연일체가 되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당길 때는 정확하게 힘을 집중하여야 하고 버틸 때는 강인한 지구력이 요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자세를 흐트리기 위해 일부러 느슨하게 풀어 주기도 하는 등 많은 전략적 요소가 숨어 있다.

그만큼 중대원의 호흡이 가장 중요한 게임이다. 줄달리기의 승리자가 명실상부 최강 중대이다. 공교롭게도 우리의 상대는 체격, 단합력으로는 으뜸인 화기중대 8중대였다. 박격포를 자유자재로 들고 다니는 그들은 힘에 있어서는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밤마다 8중대 체육관에서 울려펴지는 몸짱의 거친 호흡은 우리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하였다.

"재네들은 PX에서 냉동 먹을 때도 훈제 닭가슴살만 먹잖아!"

"참치캔 대신 닭고기캔 사먹는 인간들입니다!"

이렇게 우리 중대는 체육대회의 들러리로 전략하고 마는 것인가? 걱정을 하고 있는 사이 줄달리기가 시작되었다. 다시 돌아온 중대장은 씁쓸한 미소로 파이팅을 다짐하였다. 평소 유쾌 발랄한 중대장의 그 미소가 아니었다.

"그의 진짜 미소가 보고싶다!"

나는 각오를 다잡았고, 연병장을 향해 걸어나갔다. 아니 우리 중대원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 훗날 당시의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던 행보관은 이렇게 회고하였다.

"내 20년 군생활에 최고의 순간이었다. 마치 불타는 산과 마주하는 거 같았다!"




"가츠 병장님! 장갑 없어도 됩니까?"

"살갗이 벗겨져도 상관없다! 오늘 이곳에서 뼈를 묻을 것이다!"

"전투화 신고 해야 되지 않습니까?"

"오늘만큼은 정정당당하게 이기고 싶구나!"

사실, 장갑이 없으면 상당히 아프다. 그러나 지금 가지러 가기에는 늦었다. 전투화도 마찬가지다. 전투화의 강력한 밑창은 운동화보다 훨씬 견고하다. 모래 위에서도 쉽사리 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문득 지금에서야 쓸데없는 말을 하는 후임이 한심해보였다. 나는 간부들의 눈을 속이며 후임을 등판을 후려치며 파이팅을 외쳐주었다.

행보관은 빨간 수기를 가지고 와서는 우리에게 작전을 설명하였다. 수기의 흔드는 방향에 따라 당기기, 버티기를 확실하게 하라고 지시하였다.

"탕!"




좀전에 있었던 기마전의 패배를 떠올리며 우리는 젖먹던 힘을 다하여 끌어 당겼다. 팔과 허벅지의 근육은 순간 터질듯이 부풀어 올랐고, 우리는 하나의 거대한 근육덩어리가 되었다. 그리고는 행보관의 지시에 따라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였다. 까칠한 동아줄에 손바닥이 따갑기 시작하였다.

"여기서 지면 끝이다! 5중대 파파이이이티잉!"

"와아아아!"

방금전 기마전의 분풀이라도 하는걸까? 중대장은 엄청난 기을 발산하며 최전방에서 고군분투하였다. 혈기왕성한 8중대 몸짱들과의 전면승부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이게 바로 우리 중대장의 참모습이다! 마치 한마리의 야생마 같았다. 그리고 중대장은 마지막 일침을 가하였다.

"오늘 맥주 쏜다!"

"와아아아!"

중대장의 한마디는 게임을 결정짓는 종지부가 되었다. 우리들은 시원한 맥주를 생각하며 아드레날린을 폭발시키며 승리를 쟁취하였다.

그날밤, 우리들은 달콤한 맥주를 마시며 즐거운 연휴를 만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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